
[오토모닝 정영창 기자] 페라리가 레이싱 전통과 기술 혁신을 융합한 전례 없는 세일링 스포츠 프로젝트 ‘페라리 하이퍼세일’을 공개했다.
27일 회사에 따르면 ‘하이퍼세일’이라는 명칭은 내구 레이스에서 궁극의 퍼포먼스를 구현하는 하이퍼카와 페라리의 레이싱 유산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적인 이탈리아 솔로 세일러인 지오반니 솔디니의 지휘 아래 진행되고 있는 하이퍼세일 프로젝트는 오프쇼어[1]세일링에 특화된 R&D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과 혁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페라리는 해양 분야의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페라리가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획부터 설계,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의 선박 설계자 기욤 베르디에가 디자인한 이 요트는 100피트급 플라잉 오션 레이싱 모노헐 프로토타입이다. 세 지점의 접촉면으로 선박의 비행(부양 주행)을 안정화하는 획기적인 설계로, 이는 항해 기술에 있어 괄목할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혁신은 한쪽 포일의 지지대로 캔팅 킬을 사용한 것이다. 나머지 두 접촉면은 러더에 장착된 포일과 좌우 측면에 번갈아 작동하는 두 개의 측면 포일이다.

이 100피트 요트는 전 세계에서 이 크기급으로는 처음으로 완전한 에너지 자립을 이룬 모델이 될 전망이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건조 중인 이 요트는 2026년 진수를 앞두고 있으며, 이후 초기 해상 테스트를 거칠 예정이다.
페라리 회장 존 엘칸은 “하이퍼세일은 우리 스스로의 한계를 넘고, 기술적 지평을 확장하도록 이끄는 새로운 도전이다. 동시에 이 프로젝트는 페라리의 전통과도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내구 레이스의 정점인 르망 24시에서 세 차례 우승을 거둔 우리의 하이퍼카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프쇼어 레이싱 요트를 설계하는 일은 어쩌면 내구 레이스의 궁극적인 표현일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오반니 솔디니는 이 프로젝트의 핵심 축이다. 단순히 뛰어난 세일러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요트 개발과 건조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험을 갖춘 인물이기 때문이다. 페라리와 기욤 베르디에 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대양을 가로지르며 비상할 전례 없는 요트가 탄생하고 있다. 이는 해양과 자동차 산업 모두에서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진정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혁신을 촉진하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하이퍼세일 프로젝트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페라리와 파트너 및 공급업체 간의 긴밀한 협력과 아이디어, 외부 전문성의 활발한 교류에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공기역학, 에너지 효율, 전력 관리, 운동 에너지 분야의 시스템 개발에 전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페라리 스포츠카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을 이전하는 것도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이 요트는 자동차 부문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개발된 비행 제어 시스템을 탑재하게 된다. 이는 공기역학 및 구조 해석 기술을 활용해, 긴 시간 동안 대양을 질주하는 모노헐 요트의 성능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함이다. 중간 정박지도, 피트스톱도, 어떠한 외부 지원도 없는 항해를 위한 기술이다.
항해 분야에 적용되는 완전히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9건의 특허가 출원되었으며, 현재 추가로 6건의 특허가 준비 중이다. 해상에서의 최고 성능을 추구하는 노력은 궁극적으로 페라리 스포츠카 기술 발전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 모노헐 요트는 태양광, 풍력, 운동 에너지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만을 이용해 운항하도록 설계되었다. 선내에는 내연기관이 전혀 탑재되지 않았으며, 포일, 킬, 러더를 제어하고 작동시키는 시스템과 각종 온보드 컴퓨터 및 계측 장비에 필요한 모든 전력은 항해 중 자가 발전 방식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이처럼 큰 규모의 요트에서 필요한 우수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완전한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변화무쌍하고 때로는 극한에 가까운 해양 환경 속에서도 정교한 에너지 균형과 철저한 자원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각 구성 요소와 에너지 생성 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하이퍼세일 프로젝트 리더인 지오반니 솔디니는 “이 여정에 함께하게 되어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매우 흥미로운 도전인 이 프로젝트를 위해, 페라리의 탁월한 기술력과 원양 항해 설계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전례 없는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로 다른 문화와 첨단 기술의 융합을 통해, 여러 면에서 혁신적인 요트가 탄생하고 있다. 선박 구조와 비행(부양 주행) 방식 모두에서 해양 공학적으로도 획기적인 혁신일 뿐 아니라, 시스템 측면에서는 페라리의 기여로 지금까지 어떤 요트에서도 볼 수 없었던 온보드 제어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해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기상과 환경의 변화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 극한의 퍼포먼스와 최고의 신뢰성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정영창 기자 jyc@automorn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