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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창의 아우토반

수입차 1세대 한국인 CEO 4인방, 장수비결은?

 
 
“한국도 이젠 수입차가 연간 10만대나 팔리는 시대에 들어섰죠. 지난 1987년 국내에 수입차를 판매할 당시 10대에 불과했는데 작년에 10만5037대로 껑충 뛰었고 올해는 12만대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임진년 흑룡의 해에 수입차 업계로서는 큰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국내 수입차업계 한 임원의 말이다. 한국시장서 10만대의 수입차를 팔기까지 23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 임원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 누구보다도 감회에 푹 빠져 있을 사람들이 떠올랐다.

바로 한국시장서 수입차 뿌리를 깊게 내렸던 1세대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이다. 김효준 BMW그룹코리아·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정우영 혼다코리아·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이 그 주인공. 철옹성에 비유되던 한국시장의 높은 벽을 허무는데 이들 토종 CEO 4인방이 있어 가능했다는 것이 수입차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불모지와 다름없는 수입차 시장을 개척한 1세대 한국인 최고 경영자 4인방들의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성실함과 지략을 갖춘 ‘덕장’이란 점이다. 또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뛰어난 마케팅 전략 그리고 시장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탁월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 시장 꿰뚫는 안목 갖춘 덕장(德將)…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맏형격인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온화한 성품에 추진력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소통경영을 강조한다. 직원이 있어야 회사가 있다는 지론에서다. 일 처리가 꼼꼼하고 대충 넘기질 못한다.

특히 시장을 꿰 뚫어보는 지략도 뛰어나다. 전략가이면서 두둑한 배짱도 있다. 외환위기 당시 BMW 본사에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를 적극 요청, 이를 성사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판매부진으로 일부 수입차업체들은 사업권을 반납하려는 상황인데도 김 사장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본사에 강력히 요구해 200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공격적인 투자 덕분에 BMW코리아는 이후 승승장구, 수입차 시장서 1위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특히 작년엔 전년대비 38.7% 증가한 2만3천293대를 판매, 국내에 진출한 수입브랜드 중 사상 처음으로 2만대를 돌파했다.

김 사장은 BMW코리아 설립(1995년) 당시 재무 담당 상무이사에서 2000년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BMW를 국내수입차시장 1위 브랜드로 키워냈다. 작년엔 김 사장에게는 뜻 깊은 한해였다. 공익재단인 ‘BMW코리아 미래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국내 수입차업계로는 최초다. 김 사장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미래재단은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다.

김 사장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한다. 차를 적게 팔아서가 아니다. BMW 브랜드를 한국고객들에게 알리는데 부족하다는 뜻이다. 올 한해 김 사장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큰 그림이 자못 궁금한 것도 이 때문이다.
 
-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 수입차업계 젠틀맨·추진력 겸비한 지략가…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현재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수입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CEO로 정평이 나있다.

박 사장이 수입차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9년 한진그룹 볼보 수입부문 사업부장을 거쳐 94년부터 기획실장을 지내면서 부터다. 한때 볼보를 수입차시장 1위까지 끌어올렸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01년부터는 폭스바겐과 아우디 공식 수입사였던 고진모터임포트에서 부사장을 지냈고 당시 해마다 100% 성장률을 보이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이를 높게 평가한 폭스바겐이 2005년 한국 법인을 출범하면서 초대 사장으로 그를 선임했다.

박 사장은 수입차업계의 젠틀맨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온화한 성품이지만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는 카리스마가 넘친다. 일을 벌이면 끝장을 볼 때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이다. 시장상황에 따른 분석력도 돋보인다.

한국시장에 맞는 차량들을 적재적소에 들여와 BMW와 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틈새시장을 공략, 대박을 올린 것. ‘골프’와 ‘제타’ 등 연비가 뛰어난 디젤 모델들이 바로 그것이다. 수입 디젤차 붐 조성에 1등 공신역할을 해왔다.

그 결과 폭스바겐코리아는 작년에 1만2천436대를 판매, BMW와 벤츠에 이어 3위로 뛰어 올랐다. 박 사장의 올해 목표는 애프터 서비스수와 정비기사 수를 대폭 늘려 고객들의 불만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의 추진력이 기대되는 한해다.
 
-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
◆ 마당발·발로 뛰는 CEO 역량 발휘…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한국인 1세대 수입차 CEO다. 지난 1976년 대림자동차에 입사한 이후 영업 외길을 걸어온 베테랑 영업통이다. 이후 2000년에는 대림자동차공업의 대표이사에까지 올랐다.

정 사장은 대림자동차의 기술제휴선이던 혼다가 국내에 독자법인을 설립키로 하자 2000년 말 대림자동차 대표이사직을 박차고 나왔다. 그가 선택한 것은 혼다코리아 CEO다. 혼다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4년 5월. 한국 진출 4년 만에 어코드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CR-V를 앞세워 수입차 판매1위에 올랐고 정 사장은 한국에서 수입차를 대중화시킨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혼다가 출범 당시 선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경쟁력 있는 가격 때문이었다. 최근엔 일본발 지진과 엔화 가치 상승 등의 영향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숨은 잠재력을 갖춘 업체가 바로 혼다코리아다. 이유는 혼다를 이끌어오고 있는 정우영 사장의 순발력 있는 탁월한 경영 수완 때문이다.

정 사장은 업계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전국의 매장을 직접 발로 뛰면서 전방위 마케팅을 벌여 붙여진 별명(?)이다. 선이 굵은 성격에다 말 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스타일이다. 일처리는 꼼꼼한 스타일이면서도 목표가 정해지면 쉬지 않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

정 사장은 또 원칙을 강조하는 강한 CEO다. 영업사원들에게도 판매 1등을 하라고 독려하지 않는다. 다만 고객만족 분야에서는 항상 1등이 돼야한다는 것이 평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고객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 좋은 차를 공급하고 딜러들에게는 적절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의무”라고 강조한다.

올해는 정도경영과 고객만족을 강조하는 정 사장의 경영능력이 돋보이는 한해가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
◆톡톡 튀는 아이디어 뱅크…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은 1세대 한국인 최고 경영자 중 기아자동차와 인연이 깊다. 1992년 포드 한국시장 개발 담당자로 입사했고 기아 프라이드의 후속 모델인 아벨라의 미국 수출 기획업무를 담당했다.

정 사장은 지난 95년 포드코리아가 설립되면서 영업과 마케팅 이사를 맡아왔다. 외환위기 이전인 96-97년 포드를 국내 수입차시장 1위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99년 상무로 승진한 뒤 2001년 포드코리아의 첫 한국인 대표로 선임됐다. 포드와 사랑(?)에 빠진지 올해로 벌써 20년째에 들어선다.

수입차업계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정 사장은 통 큰 업무 스타일을 강조한다. 세세한 것은 직원들에게 맡기고 굵직한 현안에 대해서만 꼼꼼히 챙긴다. 한번 일에 빠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저돌적이다. 판단도 빠르다는 것이 그를 아는 지인들의 평가다.

정 사장은 오랜 기간 마케팅을 해온 덕에 시장흐름을 잘 읽는다. 그래서인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는 반드시 시장 속에서 찾는다.

이 때문일까. 정 사장은 아이디어맨으로 불린다. 수입차 업계 최초로 홈쇼핑에 자동차를 판매한 것과 최근 SNS를 통한 대규모 소비자 체험 프로그램인 ‘포커스 챌린지-코리아 루트 24’도 시장의 변화 속에서 뽑아낸 아이디어다.

정 사장은 올해 국내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해 출시한 뉴 포커스, 토러스 SHO, 익스플로러 등 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경쟁력 갖춘 신차들을 속속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1세대 한국인 수입차 CEO의 숨은 저력을 반드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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